도오리마(とおりま)라는 말이 있습니다
거리의 악마라고 번역이 될까요. 일본에서 시작된 말인데 아무런 이유없이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흉기로 무차별 살해하는 자를 말합니다
원래는 바람처럼 스쳐 지나치면서 순간적으로 사람을 해치는 마물(魔物)을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198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 도오리마 범죄는 지난 10년간 80여건이나 발생하였다고 하니 백주에 길을 다니면서도 언제 누가 살인마로 변해 나를 덮칠지 두려움에 떨어야 할 형편입니다
이번에는 일본 나고야역앞에서 범인이 차량으로 행인들을 덮여 13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건 직후 체포된 30세의 범인은 아무나 죽었으면 하는 생각이 차를 무작정 사람들에게 몰았다고 합니다
일본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묻지마범죄가 가끔 벌어지고 있어 걱정입니다.
지난 2012년 의정부역 지하철 승강장에서 30대의 남성이 공업용 커터칼을 승객들에게 무작정 휘둘러 여러 사람이 중상을 입은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또 훨씬 오래 전인 1991년에는 시력이 나빠 직장에서 내쫓긴 20대가 훔친 차량으로 시민들이 놀고 있던 여의도광장으로 돌진하여 어린이 두명이 죽고 많은 사람이 다치는 사건이 벌어진 적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사형집행으로 1997년에 처형된 이 남자는 사건직후 수사관에게 시력이 약해 직장마다 쫓겨나는 등 사회가 자신을 무시하고 냉대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행복하게 가족과 지내는 것을 보고 모두 죽이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묻지마살인을 저지르는 범인들은 보통때는 정상처럼 보이지만 사회의 냉대와 차별, 경제적인 어려움, 혼자 소외된 느낌 등이 복합되어 세상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과 분노를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가 한계상황에서 폭발시키는 사람들입니다
여의도에서 차량으로 사람을 죽였던 20대 범인도 오랫동안 소년가장으로 혼자 공장을 다니며 생활하여오다가 시력은 자꾸 나빠지고 직장에서 쫓겨나고 안경살 돈 조차 없는 막다른 상황에서 차라리 죽어버리자 하는 심경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입니다. 당시 사고로 손자를 잃은 한 할머니는 범인을 만나 사연을 듣고는 끌어 안고 엉엉 울면서 세상을 원망하지 누구를 원망하겠냐고 하며 안경을 사주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평등하다고 하지만 누구는 능력이 뛰어나고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안락한 삶을 사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장애를 갖고 태어나거나 능력이 부족하여 곤궁하고 고달픈 삶을 살게 됩니다
도오리마 범인들도 선천적인 악인이 아니라 어쩌면 세파의 시달림과 고통, 사회속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소외감과 열등감에 견디다 못해 발악적인 상황으로 내몰린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도오리마 범죄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국가가 이런 한계상황에 처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관심과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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